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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공사중) 여러 분야의 리뷰들 여러 복잡한 생각들 장르 영화, 음악리뷰 전문
by ohyumoh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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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17.12.31
    모임 별 (Byul) <빛으로 만들어진 도시>

 
 
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?
담배 두 갑과 맥주 캔 네 개를 비닐봉지에 담던 편의점 사장님이 물었지.
우린 별다른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어.
친구는 미친 남자와의 관계를 막 정리한 참이었고
난 미친 나의 지난날들과의 관계를 막 정리하려던 참이었지.
나와 친구는 한 지역의 술을 다 마셔버린 후 이태원의 많고 많은 언덕길들중 하나에 도착했어
지금과는 무척 다른모양을 하고 있던 당시의 클럽 트랜스엔 역대 쇼걸들의 공연사진이 지저분하게 도배되어 있었지.
한두 잔을 마셨을 때쯤이였나 영업시간이 끝났다는 종업원의 말에 친구는 뭐 이따위 술집이 다 있느냐며 투덜거렸지만, 사실 우리가 클럽에 들어갔을 때의 시간이 이미 세시였어 
우린 서로에게 더 마실 수 있겠냐고 물어가며 가까스로 언덕을 기어올랐지.
사실 왜 그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했는지 몰랐고
어디로 가는지조차 몰랐지만, 우린 차가운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계속 걸었어.
막다른 골목의 언덕 꼭대기에 서자 오른편으로는 이슬람 사원이
왼편으로는 작은 술집 한 곳이 눈에 띄였지.
술집 문을 열자 주인과 손님들은 우리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
그런 것을 신경쓰기엔 우린 너무도 많이 취해 있었고, 1월 새벽의 추위는 정말 매서웠어.
컨츄리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미군으로 보이는 짧은 머리의 백인 남자 다섯이 한 손은 마리화나를, 한 손에는 큐를 든 채 요란하게 당구를 치고 있었지
끊임없이 자신의 모든것을 소모시켜야만 했던 인연도 막상 끊어질 때엔 그런 걸까?
그때나 지금이나 멍청하기 짝이 없는 친구는 술잔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글썽였지.
난 무슨 말이든 해야 했고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어
미군들 옆 테이블에서 혼자 당구를 치고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내가 말했지. 
저기 쟤 프랑스 남자 같지? 저기 쟤 프랑스 남자 같지? 어때 내가 쟤한테 말을 걸어서 데리고 와 볼까? 내가 저 남자한테 말을 걸어서 여기로 데리고 와 볼까? 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?
왠지,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?
친구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큰 소리로 웃었고 나도 함께 웃었지.
프랑스 남자와 미군들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
잠시 우리를 바라보고 키득거리며 웃었어.
우리 들은 달리는 차 안에서 어슴프레 떠오르는 아침 해를 함께 보았지.
그 새벽, 만취한 친구는 두손으로 잡은 핸들에 목숨을 걸었고, 나는 우리 둘을 위한 행운에 목숨을 걸었지.
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며 친구는 펫숍보이스를 반복해서 들었고
난 너무 시끄러우니 제발 음악을 꺼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느새 잠들고 말았어.
꿈 속에서 나는 얼굴없는 신을 보았지.
꿈 속에서 나는 펫숍보이즈 틈으로 얼굴이 없는 신을 보았어.
신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 얼굴이 없는 신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어.
신이 내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할 때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어.
신이 내게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할 때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어
우리 다음번엔 트랜스에 좀 더 일찍 놀러가자.
우리 다음번엔 트랜스에 좀 더 일찍 놀러가자.
그 프랑스 남자는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아니면 지금도 당구를 치고 있을까
지금도 이태원, 그 많고 많은 언덕 위 술집들 중 하나에서 멍한 눈빛으로 당구를 치고 있을까

이태원, 그 동네의 치열하고도 허무한 청춘들의 밤문화가 생각나는 작품.
 

 

컴필레이션 앨범 <Seoul Seoul Seoul(2012)>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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